詩 2011

봄바람과 수선화/배중진

배중진 2011. 4. 29. 02:07

봄바람과 수선화/배중진

봄바람이 살랑이니
처녀총각의 가슴에도
짜릿한 감정이 용트림치고
사랑을 찾아 몸부림을 치는데

얼굴이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뭇 여신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는 저주를 받게 되었으니
나르시소스 또한 억울한 희생자 입니다

남을 사랑하여야 하거늘
물속에 비춰진 자기 모습도 구분치 못하고
넋을 빼앗겨 움켜쥐려하질 않나
만지려 들질 않나

봄바람이 여신들에게
사랑의 감정만 불어넣지 않았어도
그는 조용하게 살 수 있으련만
아, 운명의 여신이여

수선화는 오늘도 물가에서
비춰진 제 모습에 황홀해 하면서
봄바람을 싫어하는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움을 흩뜨리기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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