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커피잔/배중진
삼일 동안 비워 놓은 커피잔이
갈망어린 눈빛으로 유혹을 하네요
자기를 채워달라고
이렇게 이른 새벽에 우린 만났었으니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었지만
통증도 참을만하여 마시기로 했답니다
아침 해가 빨갛게 타오르고
까마귀들은 괴성을 지르며 어디론가 떠나더군요
매일 찾아오는 작은 찌르레기는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고
갖은 목소리로 쉬지도 않습니다
자세도 바꾸고 몸도 털면서 말입니다
태양이 끄떡거리며 떠 오르고
산천의 초목들은 힘차게 물을 빨아올려
몸단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분명 새봄이 오고 있음을 느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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