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간소하게/배중진

배중진 2011. 4. 29. 02:03

간소하게/배중진

요번에 병원턱을 넘을 때
가지고 있던 것은 단지 신분증 하나
시계도 집에다 놓고 갔고
전화기, 사진기도 차에 두고 내렸지요

수술대에 올랐을 때는
가운과 덧신 그리고 모자 뿐
좋은 옷도 신발도 시계도
아참 안경도 필요 없었답니다

비몽사몽간에 나락에 떨어졌다가
약기운으로 32시간을 밤낮 구분도 못하고
먹지도 않았지만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꿱꿱 악을 쓰며 쓴물을 토하던 순간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꼈을까요
전부 부질없어 보였답니다
그저 건강하고 맘 편한 곳에서
간소하게 살고픈 마음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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