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

고목/배 중진

배중진 2014. 2. 28. 00:07

고목/배 중진

 

 

싫어도 은근슬쩍 피하지 않고
반갑다고 달려나가 호들갑도 떨지 않으며
말없이 있을 그 자리에서 굳건하고
필요할 때마다 그곳으로 찾아오게 하는 친근감이지요

하루아침에 자란 것이 아니었고
강한 바람에도 견디어 왔으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매우 잘 알아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건너뛰는 법이 절대로 없답니다

예전에는 어리다고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고
간신히 백수를 누리는 인간이지만

비웃지도 않고 조심스레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면서도 겸손하게 고개 숙였는데

 

어느덧 무심한 세월은 흘러

마을에서 제일 높고 가장 굵은 몸으로 변했지만

향수를 못 잊어 찾아오는 이가 있어 반갑고 슬픔도 달래주며

정든 고향을 지키는 고목이 되었네요

 

 

 

 

 

 

 

 

 

 

 

 

 

 

 

 

 

 

 

 

 

 

 

 

 

 

 

 

 

 

 

 

 

 

 

원치 않은 은퇴를 하시더니/배 중진


매우 늦은 연세에 은퇴하시곤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도 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영화관의 휴게소에서
곤히 잠드신 모습을 보고

친구가 없어 갈 곳이 없으신지
아니면 영화 한 편 보시러 나오셨는지
운동 겸 눈이 깨끗하게 치워진 곳을 찾으셨는지
잠결에도 계속 손가락과 발을 움찔거려 안쓰럽고

집에 홀로 기다리는 강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주인을 애타게 기다릴까 걱정도 하면서
깨울까 말까 하다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면 어쩌나 싶고
들고 있는 물품이 보이지 않아 도난위험은 없어 다행이지만

몸이 아파 움직임을 둔하게는 하고
눈과 추위가 활동을 자제하기는 하지만
많이 남아있지 않은 중요한 날들을
몸과 날씨를 핑계로 허송세월하는 것은 아닌지

 

뉴욕의 봄이 요원한 것은 현재 섭씨 -14도에 체감온도는 섭씨로 -23도이기 때문이랍니다.

 

툭하면 눈발이 날리고 전에 내린 것이 험상궂은 모습으로 검게 변하고 있으며
일요일과 월요일에 정확하게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4-8" 정도 또 내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