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폭풍우의 끝자락/배중진

배중진 2011. 4. 19. 02:03

폭풍우의 끝자락/배중진

봄이라 여겼는데
사나운 바람과 함께
춥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벼락과 같이 쏟네

토요일 오후
모두들 기대했던 주말이지만
거리에는 명멸하는 신호등만
사나운 빗줄기를 비추며 요동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이른 새벽에 새들의 지저귐이
까마귀의 격앙된 높은 소리와
잘 어울리며 들려온다

거리엔 아직도
빗물자국이 있었고
역시나 반겨주는 사람없이
신호등만 깜빡거리고

동쪽으로 서쪽으로
쏟지 못한 먹구름들이
급하게 휩쓸리며 사라지고
간만의 태양이 힘겹게 시작하더니

드디어 밝게 떠오르네
작은새는 오래 나무가지를 타고
까마귀는 팔락거리며 몰려가다
한 떼의 기러기들과 마주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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