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날/배 중진
누나는 같이 놀 친구들도 없거니와 말만 한 처녀라 집에 남아
소쿠리를 들고 밥 좀 달라고 보채는 꼬맹이들에게
넉넉하게 퍼주며 귀엽다고 재미있어하지만
달을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우리는 또래의 친구들이 동네에서 제일 많아
한 집에 모여 둘러앉으면 그야말로 구들방이 꺼질지도 모를 정도이고
신이 나서 춤이라도 출 양이면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도 하지만
걱정을 앞세워 얌전을 떠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더라
한참 정신없이 놀다가 배가 출출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푼 이나 소쿠리 또는 바가지를 각각 들고나서
허술한 아무 집이나 닥치는 대로 내기를 하듯 뛰어들어가
부엌에서 걸리는 대로 쏟아 들고 나오니
그 많은 친구들이 데워 비벼서 먹어도 충분할 양이 금방 모이고
고기라도 걸리면 그것보다 더 알차고 맛있는 것은 없는데
옛날의 농촌 인심은 넉넉했고 명절이라 그러려니 개의치 않았으며
연년이 액운을 몰아내고 풍년과 행운을 기원했던 보름날의 행사였었다
제가 사는 곳은 30시간 눈이 내렸고 중간에 비, 진눈깨비, 싸라기가 섞여서 내리기도 했답니다.
천둥과 번개도 치고 가관이었지요. 지금은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고 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으며
학교는 휴교상태이고 눈 치우는 분들만 수고하시고 있답니다.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자연재해입니다.
12" - 18"정도 내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김을 통째로 5장 정도 받는 날이기도 했지요.
들기름 발라 화로에서 구운 그 맛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잊지
싶은데 그런 맛을 이젠 맛볼 수 없다는 것이 한이지요. 쟁반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동생과 먼저 차지하려고 다투던 생각이 납니다.
그곳에 밥을 비벼 먹으면 김 못지않은 여운의 맛이 있었지요.
다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즐거운 정월 대보름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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