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피리소리/배중진
봄을 찾아 산에 올랐다가
터덜터덜 불평을 터트리며
산모퉁이 돌아 내려오는데
호랑이 만한 고동색의 개가 나타났고
순간 섬뜩함을 느꼈기에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당혹감을 감추고 있는데
이상한 차림의 노인이 나타나서
빙그레 웃으면서 지나가네
개줄을 매서 다녀야 함에도
아무도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아니면 자유를 주기위해선지
잠시 후 계곡에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피리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는데
알 수 없는 곡으로 시작해서
외로운 목동(The lonely shepherd)으로 이어지고
그때까지 품었던 상념들이 사라지면서
그 노인도 화려한 과거를 잊지못하고
산에 와서 시원하게
호령하고 있음을 알겠더라
적막감이 엄습했던 오후였지만
어디선가 봄은 저소리를 듣고 깨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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