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벽창호/배 중진

배중진 2013. 12. 5. 20:53

벽창호/배 중진

 

여우원숭이를 보며 순식간이라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우리 식으로 보면 분명

가려운 곳을 긁으면서 그곳을 계속 긁어달라고 요구하는데

 

상대는 미련한 것인지 아니면 모른척하고 있었으며

또한 섭섭한 것이 있었는지 눈길도 주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행동하니

기다리다 답답하고 안달이 났는지

돌아서서 두 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감싸고 흔들며

 

다시 보란 듯이 가려운 곳을 가리키지만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래도 엉뚱한 짓만 하니

이제까지의 방법을 바꿔 갖은 아양을 떨며

만지고 핥고 머리를 숙여 상대의 가슴 밑으로 들이미는데

 

자기만이 잘났다며 고집을 피우고

남은 안중에도 없이 멋대로 행동하면서

필요할 때만 원하는 것을 요구하니

저 동물들의 세계도 우리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더군

 

 

 

 

 

 

 

 

 

 

 

 

 

 

 

 

 

 

 

 

 

 

 

 

 

 

 

 

 

Madagascar에만 살고 있다는 여우원숭이 Lem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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