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행시

어머니/배중진

배중진 2011. 3. 31. 05:43

어머니/배중진

 

    어느 세월에 꼬부랑 할머니가 되셨네요

    머쓱해 하며 그 험한 세월 홀로 감당하신듯하여

    니이체가 한 말을 되새겨 봅니다. 신은 분명히 죽었다고

 

    불효자식/배중진

 

    불편하신 곳 없으세요? 여쭈우면

    효자소리 듣고 있는 친구들의 이름을 거명하신다

    자랑스런 내 아들은 더 효성이 지극하다고 강조하시지만

    식상하심을 그 누가 모를까. 가슴이 미어지는 그 마음을
 

     할머니/배중진

 

     할 말이 많으신데 통 말씀을 하시지 않으시지만

     머리를 흔드는 병은 빨갱이들한테 당한 매질의 후유증 이었지요

     니 남편 있는 곳을 대라는 무지막지한 놈들의 소행 때문입니다

      할아버지/
배중진

 

      할머니의 절규가 집안에서 메아리치고

      아이들 울음소리가 가슴을 후비지만 맨발로 도망치는 그 한 맺힌 심정

      버릇없는 빨갱이들이 들이닥쳐 죽일 듯 하니, 조상님이시여 굽어 살피시고

      지아비의 역할을 소홀히 하게 됨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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