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비는 오고/배중진

배중진 2011. 3. 17. 23:06

비는 오고/배중진

그들의 울음소리가
날씨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퍽이나도 처량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으니까요

부엌쪽으로 난 창가에
모두들 몰려 와서는
먹을 것을 달라는 눈치였기에
문을 열고 들어오라 했지요

아무리 불경기라 하지만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말입니다
설마 그들 때문에 쌀독이 바닥을 치겠어요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지요

비도 가려주고
따스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자존심 강한 그들이 허락하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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