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외할머니/배중진

배중진 2011. 3. 17. 21:53

외할머니/배중진

머나먼 시절 외할머니 댁, 원닥골!
큰외손자가 여동생을 데리고 그 먼곳까지 걸어서 찾아간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어떻게 그 십리를 걸어 찾아 갔는지 신통방통도 하지

뭘하며 놀았는지..
어찌  큰 외숙모의 눈치를 보며 지냈는지 기억이 없지만
단, 하나 참외는 생각이 난다.

카랑카랑 하시며 곰방대 허리춤을 잡고
내뿜는 담배연기만큼 길게 한도 많으신 외할머니!

무슨 깊은 사랑이 있어 그 많은 자식 새끼들 줄줄이 낳아
허리까지 꼬부라지셨나

시도 때도 모르고 며느리와 산고를 같이 치르시더니
급기야 안팎으로 시달리시고

맛없는 보리밥 고봉으로 꾹꾹 눌러 호박잎이 들어있는 장을
옆으로 밀어주시며 많이 먹으란다

지랄같은 며느리 몰래 보릿쌀을 퍼서
이웃의 장정에게 신신당부

깊숙한 외손자 사랑
달님도 아시는지

초롱불도 없는 곳에서
우기적 거리며 먹는 꿀맛의 참외가

이곳이 낭만적인 원두막이냐
사랑방 웃목이더냐
고요한 적막을 깨누나

8/17/2009 6:15 PM

머나먼 시절 외할머니 댁, 원닥골!
큰외손자가 여동생을 데리고 그 먼곳까지 걸어서 찾아간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어떻게 그 십리를 걸어 찾아 갔는지 신통방통도 하지

뭘하며 놀았는지..
어찌 큰 외숙모의 눈치를 보며 지냈는지 기억이 없지만
단, 하나 참외는 생각이 난다.

카랑 카랑 하시며 곰방대 허리춤을 잡고
내뿜는 담배연기만큼 길게 한도 많으신 외할머니!

무슨 깊은 사랑이 있어 그 많은 자식 새끼들 줄줄이 낳아
허리까지 꼬부러 지셨나

시도 때도 모르고 며느리와 산고를 같이 치르시더니
급기야 안팎으로 시달리시고

맛없는 보리밥 고봉으로 꾹꾹 눌러 호박잎이 들어 있는 장을
옆으로 밀어 주며 많이 먹으란다

지랄같은 며느리 몰래 보릿쌀을 퍼서
이웃의 장정에게 신신당부

깊숙한 외손자 사랑
달님도 아시는지

초롱불도 없는곳에서
우기적 거리며 먹는 꿀맛의 참외가

이곳이 낭만적인 원두막이냐
사랑방 웃목이더냐
고요한 적막을 깨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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