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애새끼 길들이기/배중진

배중진 2011. 3. 17. 02:21

애새끼 길들이기/배중진


내가 살던 고향엔
둥구나무라고 크디 큰 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하나는 높았고 주로 올빼미나 독수리, 까치가 울던 곳이다

또 하나는 굵고 우람했으며 넓게 퍼져 있어
많은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둘다 동네를 잡귀로 부터 돌본다고 애지중지 아끼는 나무들이었다.
특히 작은 둥구나무가 사랑을 많이 받게 되었다.

어르신들이 퍼져 앉아
세상을 돌리고

고무신을 가즈런히 벗어 놓고
땀에 젖은 녀석

흙과 놀던 지루함에
하늘과 눈이 마주치더니

끙끙대며
한 구석을 더듬어 본다

에베레스트를 타듯
등선을 정하니
뻔질난 길이 보이는데
구멍마다 쇠똥이다

발바닥이 간질간질
손엔 땀으로 미끈
이마엔 겁이 송송

이녀석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고
울쌍이구나

싱거운 녀석
내일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걸!

yellowday2011.03.17 08:50 

ㅎㅎ 제목이 재밋군요. 그래서 내려 오긴 했나요?

 

8/16/2009 1:16 AM

내가 살던 고향엔
둥구나무라고 크디 큰 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하나는 높았고 주로 올빼미나 독수리, 까치가 울던 곳이다

또 하나는 굵고 우람했으며 넓게 퍼져 있어
많은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었다.

둘다 동네를 잡귀로 부터 돌본다고 애지중지 아끼는 나무들이었다.
특히 작은 둥구나무가 사랑을 많이 받게 되었다.

어르신들이 퍼져 앉아
세상을 돌리고

고무신을 가즈런히 벗어 놓고
땀에 젖은 녀석

흙과 놀던 지루함에
하늘과 눈이 마주치더니

끙끙대며
한 구석을 더듬어 본다

에베레스트를 타듯
등선을 정하니
뻔질난 길이 보이는데
구멍마다 쇠똥이다

발바닥이 간질간질
손엔 땀으로 미끈
이마엔 겁이 송송

이녀석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고
울쌍이구나

싱거운 녀석
내일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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