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얼굴은 모르지만/배중진

배중진 2011. 3. 16. 13:12

얼굴은 모르지만/배중진


우리가 어떻게 만났던가
장바닥에서 서로 스쳐가다 얼핏 본듯한 얼굴
특이한 점도, 특별한 관계도 아니었지만
매일 서로의 존재를 믿고 상대없는 상대에게
인사를 나눈다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귀담아 들으니
스쳐 지나갔단다

물론 인사도 없이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래 그대가 사용했다는 곳을 찾아가
눈으로 확인했는데
쥐죽은 듯 적막감만 맴돌고 그 아무 것도, 찾는이도 없어 명멸하던 불이 사라졌다
슬프게도 무척이나도 큰집이어서 더 휑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마도 죽은자를 못잊어 한 번 더 냄새를 맡고
거대한 코끼리도 못잊어 일부러 우회해서 죽은 곳을 찾는다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내가 더 미워 뭔가를 부여잡고 싶었다

그대 이별이 서러워 아무 말 없이 그 고통 혼자삼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발길 떨어지지 않았어도
맑은 촛불 밝히고 꺼져가는 마지막 심지의 가녀린 연기가 되어 사라졌지만
우린 영원히 기억하리다

 

8/16/2009 12:57 AM

우리가 어떻게 만났던가
장바닥에서 서로 스쳐가다 얼핏 본듯한 얼굴
특이한 점도, 특별한 관계도 아니었지만
매일 서로의 존재를 믿고 상대없는 상대에게
인사를 나눈다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
귀담아 들으니
스쳐 지나갔단다

물론 인사도 없이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래 그대가 사용했다는 곳을 찾아가
눈으로 확인했는데
쥐죽은듯 적막감만 맴돌고 그 아무것도, 찾는이도 없어 명멸하던 불이 사라졌다
슬프게도 무척이나도 큰집이어서 더 휑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마도 죽은자를 못잊어 한 번 더 냄새를 맡고
거대한 코끼리도 못잊어 일부러 우회해서 죽은곳을 찾는다는데
인간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내가 더 미워 뭔가를 부여잡고 싶었다

그대 이별이 서러워 아무말 없이 그 고통 혼자삼키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발길 떨어지지 않았어도
맑은 촛불 밝히고 꺼져가는 마지막 심지의 가녀린 연기가 되어 사라졌지만
우린 영원히 기억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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