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배 중진
오늘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
처연하게 처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
낙숫물을 바라보다 고개를 움츠리고
떠내려가는 물거품을 세어보네
하나, 둘 생겼다가 사라지고
또 생겼다 떠내려가며 사라지니
희망 사항은 좀 더 오래 터지지 않았으면 해서
비에 젖는 줄도 모르고 왔다갔다하는데
철모르는 아이가
비누거품을 만들어
수도 없이 공중에 띄우곤 터지는 모습에
좋아라 깔깔대는 모습에서
저 밝은 태양을 향하여 나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거품들을 생각하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뒤범벅이 되어 나아가다가
팍팍 터져나가 없어지는 방울들
증조할머니가 시름시름 하시다 처음 터지는 것을 목격했고
할아버지가 갑자기 넘어지시더니 사라지셨고
큰아버지는 자신을 터트려 황당케 하셨고
할머니는 오랫동안 머물다 가셨으며
큰어머니는 아직도 더 가시리라 생각했는데 감추시고
어머니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함께 바람같이 떠나셨네
뒤에서도 뜬금없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가 힘겹게 가시는 것을 보면서도 돌볼 수 없어
불안한 마음 금치 못하며 그 뒤를 따르나 순서를 어찌 알리요
기다리는 저 태양의 뒤를 넘은 물방울은 없다는 소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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