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의 사슴/배 중진
모처럼 화사한 날씨에
사람들의 모습도 밝았고
차림도 매우 가벼웠으며
공원은 붐비고 있었는데
건강을 위해서 뛰는 사람
친목을 위해서 걸으며 담소하는 무리
아기를 보면서 건강도 챙기는 여인
햇볕을 쬐면서 삶을 되짚는 원로들과
같이 어울리며 봄을 만끽하는데
제비들도 놓칠세라 창공에 치솟아 재잘거리고
거위들은 떼를 지어 풀 뜯기에 정신이 없었으며
개똥지빠귀와 찌르레기도 한목소리를 더하네
주말로 접어들기에 모두 신 나는 눈치이고
집으로 향하며 멋진 하루를 되뇌다가
왼쪽에서 거대한 개 같은 것들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달리는 차 앞으로 뛰어들었으며
경황이 없어 급정거하고 보니 길길이 날뛰는 사슴이었고
어떻게 대낮에 인가에 나타났는지 의아했으며
심장은 요란하게 박동을 치지만 씩 웃게 되고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도 고개를 설레 저으며 운이 좋았단다
위기를 벗어나 서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이상했고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아쉬웠지만 가슴 철렁했던 순간인데
그들도 사슴이 사라진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니
바닷가이긴 하지만 살만한 곳이 있는 도심인가 보다
사진은 기사와는 관계없이 최근 브롱스 동물원에 가서 찍은
중국에서 온 사슴입니다.
저들도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을까요?
사슴/배 중진
머나먼 중국에서 왔다는
사슴들이 눈을 감고
되새김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 몇 마리는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
마음고생이 심한가 보다
따스함도 좋지만
무료함도 있겠지
공연히 날카로운 뿔로
상대를 가리지도 않고
보이지 않는 적을 가상하여
겨루기를 하지만
숨겨진 슬픔을
가려진 향수를
들어내 보이지 않아도
왜 모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