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09

군것질/배중진

배중진 2011. 3. 16. 03:15

군것질/배중진


여름 끝자락이 보이면서
슬픔이 다가옴은 참외에 대한 미련이었는데

어른들이 무심하게 콩, 수수에만 목을 달았을때
배설을 하고난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꽃이피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조그마한 똥참외가 생기기도 전에
내맘은 까맣게 탓고 똥까지 타들어 갔음이야

드디어 참외가 달리고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감추었으며
말괄량이 동생놈을 속이는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색이 노랗게 변하고 바싹 바싹 타 들어갈때
절망의 맛이 이런것이구나 느끼며
짱아치로 변한 놈들을 보며
애꿎은 오이만 씹고 있었다

내년에는 과연 참외맛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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