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배 중진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운 향기
떠난 사람이 남긴 아쉬운 추억인가
밖은 아직도 쌀쌀한 봄기운이지만
새들의 지저귐은 하늘을 찌르네
추모식을 마치고 버리기 아까워
집안으로 들여 놓은 세 다발의 꽃송이가
창문을 통해 위안 차 살짝 들어 온 햇빛으로
화사하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하니
고양이도 참지 못하고 냄새에 취했는지
빙빙 돌다가 그 앞에서 그리움을 맡았으며
움츠리고 앉았다가 눕곤 뒤척이길 계속하니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사랑의 손길이 아쉬운가 보다
쥔장이 사라진 자리에 대신 앉아있는 사람을
고개를 갸우뚱하며 노려보다가 눈을 부라리곤
좋아했던 자리로 돌아가서 몸을 사리지만
안절부절못하고 거실을 방황하여 안쓰러워라
'詩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아시스를 찾아서/배 중진 (0) | 2013.04.05 |
---|---|
상처를 보듬는 봄비/배 중진 (0) | 2013.04.05 |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배 중진 (0) | 2013.04.03 |
영원한 삶/배 중진 (0) | 2013.04.03 |
빗물 속에 이별/배 중진 (0) | 2013.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