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백합/배 중진

배중진 2013. 4. 4. 22:00

백합/배 중진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운 향기
떠난 사람이 남긴 아쉬운 추억인가
밖은 아직도 쌀쌀한 봄기운이지만
새들의 지저귐은 하늘을 찌르네

 

추모식을 마치고 버리기 아까워
집안으로 들여 놓은 세 다발의 꽃송이가
창문을 통해 위안 차 살짝 들어 온 햇빛으로
화사하다 못해 눈부시기까지 하니

 

고양이도 참지 못하고 냄새에 취했는지
빙빙 돌다가 그 앞에서 그리움을 맡았으며
움츠리고 앉았다가 눕곤 뒤척이길 계속하니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사랑의 손길이 아쉬운가 보다

 

쥔장이 사라진 자리에 대신 앉아있는 사람을
고개를 갸우뚱하며 노려보다가 눈을 부라리곤
좋아했던 자리로 돌아가서 몸을 사리지만
안절부절못하고 거실을 방황하여 안쓰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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