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

쓱싹/배 중진

배중진 2013. 3. 24. 23:50

쓱싹/배 중진

 

겨울이 되기도 전에

춥게 입은 아이는

콧물을 질질 흘리고

그것도 모자라 푸르죽죽하며

 

숨 쉴 때마다 나왔다 들어갔다 하더니

길게 나오면 입술로 핥기도 하고

가끔은 소매로 쓱 문지르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지 끝도 없이 흐르네

 

풍요로운 미국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러

Safeway에 갔더니 상품이 널려있었고

마음대로 만지고 고를 수도 있었으며

탐이 난 목사의 아들은 주머니에 쓱 집어넣고

 

돌아와선 남들에게 자랑삼아 허풍을 떨면서

왜 비싼 돈을 써가며 샀느냔다

돈 주고 산 너희들이 바보라고 으쓱대는 꼴이 거슬리고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않는 저 파렴치한 모습과

 

그 가정교육을 두고두고 질책하는 데

유학생활 잘 마쳤으리라 생각할 수도 없고

세월이 흘러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이 있는지 한심했으며

 

쓱 보면 훤히 알 수 있고

싹이 노랬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겠지

참회를 하고 기도를 드리며 용서를 빌었으리라

그의 행적이 봄날 꿈틀대는 새싹처럼 궁금하기도 하며

 

따스한 봄날이 오기도 전에

한 살 더 먹은 아이는 아직도 꾀죄죄한 모습이지만

혼자 코를 풀 줄도 알고 동생들과 잘 어울려

점점 건강한 싹으로 자라고 있어 보기에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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