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심장이 오죽하랴/배 중진
부모님께서 죽자사자 반대하는 결혼을
귀담아듣지도 않았고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끝내 결혼식에 참석도 하시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더욱 열심히 사랑하며 살았는데
열정이 식으면서 그 반대하셨던 이유를
차츰 알게 되었으나 어쩔 수도 없어
아이 낳아 정성 들여 기르고
살기 위해 버둥거리다 보니
어느덧 64세로 몸도 예전과 같지 않고
부부 관계를 마지막으로 했던 것이 언제였던가
무슨 사연인지는 남의 일이니 잘은 모르지만
30년도 넘었다고 하며 이혼도 하려 했지만
손해 보면서 집을 쉽게 팔 수도 없었고
우연히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도
침대가 크기에 몸이 닿지도 않았고
될 수 있으면 식사문제도 각자 알아서 처리했으며
고양이 개체 수가 자꾸 늘어나면서
서먹한 사이 메꾸어 나갔고
고양이만 끼고 TV 시청하고
눈길 한번 마주치질 않더라
외동딸을 시집보내면서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럴듯하게 애정이 어린 연극을 해보지만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서로 자존심 세워가며 평행선을 달리고
차라리 속 시원하게 싸움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에는 미련도 남아있지 않는가 했더니
남자가 심장마비로 사경을 헤매고 있고
10시간 넘게 수술을 받아 일단 고비를 넘겼으나
콩팥기능도 마비되어 투석하고 있고
혼수상태에 빠져 각종 기기가 연결되었으며
건강한 줄 알았는데 고통의 나날이었기에
속에서 말썽이 나고 있는데도 몰랐으며
폭설이 연거푸 대지를 감싸던 날
첫 번째는 일당을 주고 해결했지만
두 번째는 무리를 하여 제설했기에
그때 잘못되었지 않았나 후회하고 있으나
뇌 손상은 피할 수 없었고
깨어난다면 어떻게 처지를 감당할는지
그의 웃는 모습을 자꾸 떠올려보며 인생무상이로다
1949년생.
6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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