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영문도 모르고/배 중진
출장을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니
영문도 모르는 고양이들이
창문에서 떠나지를 않고 동정을 살피지만
주인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
밤늦게까지 고양이를 번갈아 안고
TV를 시청하곤 했었기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도
텅 빈 안락의자에 쪼그려 앉기도 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눈치는 빨라서
누군가 그리워함을 견디지 못하고
지그시 콧잔등을 문지르고 지나갈 때는
울컥 비명횡사한 친구가 안타까워 눈물이 흐르니
순간에서 순간을 사는 나약한 인간에게
내일이란 단어가 그저 막연하기만 하고
운이 좋으면 맞이하겠지만
가끔은 영원히 찾아오지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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