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氷人/裵重鎭
휘영청 달이 밝은 달밤에 노인이 노총각의 숙원을 들어 주려다
초저녁에 마신 막걸리에 취기가 있더니
홍실을 잘못 엮었던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첫날밤부터 찌그럭 거렸던고
그 고생 다 해가며 역경을 뚫고 헤쳐 나왔는데
사주팔자가 그토록 험하던가 말이다
현대를 살면서 그딴거 우습게 여기며
문명을 앞서 간다고 자부를 하며 이곳까지 왔지 않았던가
그녀도 보통은 아닌것이
고분고분 하는듯 하며 미소를 살살 지을때는 언제고
한번 입을 열면 할말 못 할말 가리지도 않고 퍼붓기 시작한다
제아무리 달래고 을러도 보았지만 게거품 나는 입을 보면 할 말이 없다
잉크도 마르지않은 결혼장부에 도장을 찍고
월하노인을 다시 찾아간다
요번에는 두눈 부릎뜨고 전철을 밟지 말라고 말이다
휘영청 달밝은 밤에 그가 색맹이었음을 오늘에야 알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