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수난/배중진
비, 바람이 굉장하여 정신을 사납게 하고 있으며
자동차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건물 가까이를 스치고 지나가며 나무를 흔들어 놓으면
저멀리에 있는 소나무가 곧이어 파도처럼 너울거린다
마치 그들끼리 서로 수신호를 하여 준비를 하라 한다
지금은 모두들 이웃을 돌볼 여유가 없다
내가 살아야 하고 너도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
서로 부딪치는 아픔이 있지만 꺽이지 않길 바라면서
언제 얼마만큼의 바람이 불어오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비비는데까지 비벼 보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수많은 날들 같이 지내왔기에 서로를 잘 알고 있지만
이런날은 웃음이 사라지고 흔드는대로 그저 움직이는 것이다
바람이 강하면 강할 수록
나무들의 울음소리는 더욱 처절하여 소름이 끼친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집착을 버렸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여 오늘따라 더 몸부림을 치며 고통을 감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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