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과 겨울/배중진
연이 살랑살랑 꼬리를 치며 올라가면 가오리연
나의 희망을 싣고서 멀리멀리 날아가 주길 바랬었지
하늘이 검을때는 무서움 또한 들었던것은 사실이었고
멀리 있는 집 지붕위로 얼씬거려 엄마한테도 인사를 하고 싶은데
답답하게 부엌에 계시는 엄마가 허리를 펼 기회가 있으려나
손은 검은 때로 범벅이요 터서 피가 나오기도 하지만
장갑도 없이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얼레를 감고 풀고
묘 옆에 눕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길게 실을 주고 땡기고
둥구나무에 걸리지 않으려 친구의 연과 엉키지 않으려
조심조심 가끔가다 낚아 채기도 하였지
파르르 떨며 무서운 바람소리를 내는 방패연
여차하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재주를 넘다가
다시 간신히 살아 용솟음치듯 올라가기라도 할나치면
실이 끊어질까 봐 또 주르르 풀어주어 달래기도 했었지
길길이 날뛰며 제성질 못참는 녀석 다독이며 겨울은 그렇게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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