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배 중진
계곡을 타고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며 자란 소년
가진 것은 없지만 하늘이 가까이 있어 위안이 되었던 곳
옹달샘이 있어 아낙네가 몰려왔고
바위샘이 있어 바가지로 물을 긷던 곳
미꾸라지는 아니었지만
워낙 가난하여 홀로 놀기를 좋아하던 시절
기타를 배우고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
또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것을 무척 부러워했으리라
바둑도 두면서 소일하고
술 한잔 나누기도 하면서
늦은 밤을 여럿이 보내기도 했는데
느닷없이 잠결에 들려주는 이야기
건선이 있어
목수인 아버지와 공동묘지에 가서
이름 모를 시체를 파내어 뼈를 몇 개 추려서
참기름을 넣고 곱게 빻아 피부에 발랐단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런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인간이라니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이기 두려웠다
세월은 흘러
군대 다녀오고
대학교 마저 마치고
유학까지 오면서 잊힌 사나이
뜬금없는 소문은
개천에서 용이 났단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 대학 졸업한 여성과 같이 산단다
아마도 용은 아니더라도 이무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2/6/2023 Brandywine Museum of Art, Chadds Ford, PA 19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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