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배 중진
잔설이 남아 있는데
딱따구리가 혼신의 힘을 쏟으며 언 나무를 두들겨보지만
둔탁한 소리만 날뿐 여의치 않아 보였으며
남쪽에서 갓 돌아온 Robin 새는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강태공의 심정이로구나
삼월의 정기를 받은 정원에
노란 싹이 돋아나며
희망을 점점 키워가는데
일대를 주름잡던 산증인
거대하고 높은 터줏대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더라
비록 길을 막고 있었으나 고목이 먼저 자리 잡았기에
피해 다니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존경심마저 표했는데
언저리가 평평하게 다져졌고 콘크리트로 Sidewalk을 만들어 놓았다
아는 사람만 알고
새로이 길을 여는 사람은 과거를 전혀 모르지 싶다
그러니 슬픔이고 뭐고 알 리가 없으며
추억하는 사람에게만 잔설처럼 남아 있다
2022.03.03 08:38
Bryant Avenue와 Greenridge Avenue가 만나는 신호등 옆의 거목이 사라졌음.
1/13/2013 NY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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