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아지랑이/배중진

배중진 2011. 3. 10. 07:28

아지랑이/배중진


눈이 부셔 바라보는 보리밭의 이랑에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데
우리 누나 바구니가 아직도 비어있다

쑥과 나싱개를 찾기가 힘든 모양인지
신기루에 둘러 싸여 일장춘몽을 꾸고 있는지
살랑이는 봄바람으로 싱숭생숭한 모양이다

종달새의 지저귐이 오늘따라 더 유난스럽고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들을 경계하는지도 모른다
왜 아닐까 그동안 추위로 움츠러 들기만 했고
새들의 노래소리에 마음을 열 여유가 없었으니

누나따라 나물을 캔다고 하지만
지루하고 재미는 하나도 없다
그저 하늘이 푸르고 추위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활기찬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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