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이 난 꿈/배 중진
가련한 여인
시련이 떠나지 않던 순진한 사람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사랑하는 조국까지 등져야만 했던 아녀자
숙련공도 아니면서 미국으로 흘러들어왔고
노련함도 갖추지 못한 채 악마의 도시에 무작정 휩쓸렸다
단련되어 있지 않았고
세련과는 거리가 멀었다, 맨해튼에서
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마련해준 성당에서 친구도 사귀었으며
관련된 취업 정보에 힘입어
조련되기 시작했는데
비련의 주인공은 삶의 음과 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목련화가 되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궁색하나마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부인인데
싹수없는 남편이 어떤 불행한 소녀와 간통하여 잉태시켰다는 소식이다
보다 나은 삶을 얻고 정신적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려고
미국에 미련하게 들어왔는데
그만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사장의 노리개로 전락하여
덜컥 회임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세상을 비관했던 사람이 눈총을 받게 되고
행복으로 위장한 가정에 폭탄 전화를 걸어
임신 사실을 사장 부인에게 고백하여 풍비박산 내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졸렬한 사장이
핑크빛 달콤한 혀로 친절한 척 집으로 유인하여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방에 후려쳐 죽여 버렸고
드럼통에 쑤셔 넣었으며
화학약품을 쏟아부어
밀봉한 채 집 앞에 턱 내버려 놓았다
그동안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악마는 종적을 감추고
새로운 집주인이 나타났어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드럼
무려 30년이 흘렀다
미국에서 이런 희귀한 일도 발생했다는 것이 끔찍했다
고향에서는 90세 넘으신 홀어머니
오늘도 무슨 소식 있을까 문밖에서 서성이나
눈물로 보낸 30년의 그리움은 비통함으로 전해졌으니
이런 세상에 같이 산다는 것이 고역이다
어찌 이런 일이 미국 같은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인간의 탈을 썼다고 해서 다 똑같은 인간은 아니다
3/6/2018 Philadelphia Flower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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