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우연/배 중진

배중진 2021. 2. 8. 02:59

우연/배 중진

 

일요일

모두가 게으름 피우는 시간

백설이 쏟아진다

나무도 싫지 않은 모양인 듯

앙탈을 부리지 않는다

 

쌓이고 또 쌓이고

가끔 힘겨워 흔들어 댄다

그런 고목의 느린 행동이 재미있는지

희고 흰 눈은 어루만져 준다

포근하게 감싸준다

 

계절이 되어야 만나는 연인이지만

최근엔 자주 볼 수 있어

생기로 발랄하고

촉촉 젖어 있기도 하다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것만도 아닌가 보다

 

인간 세계도

뜻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을 감수한 지 일 년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무한한 슬픈 이별이 얼마나 더 생길지도 모른다

2021.02.08 03:48

오늘은 백설도 고향 같은 느낌이 드는지 잔뜩 쌓여 서성입니다.
급할 것도 없고 강풍에 시달릴 이유도 없는지 마냥 쌓여만 갑니다.
대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름다워 고목을 올려다보고 또 보고
아쉽다면 햇살이 없다는 것이지요. 즐거운 명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6" 적설량

 

국립 춘천 박물관 04/1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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