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키위/배 중진

배중진 2020. 11. 22. 00:54

키위/배 중진

 

키위를 생각하는 요즈음이다

천적이 없어 자신에 대한 방비가 허술하고

무서움에 꽁무니를 감추며 숨을 필요가 없고

살기 위해 도망칠 이유도 없다

종일 먹기만 하여

살이 찌고 

날개까지 퇴화하였다

 

한때는 꿈을 좇아 열심히 살았지만

어느 정도 풍족함이 찾아오자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맛 좋고 기름진 음식만을 고집하였다

땀 흘릴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어느 날 뛰려 해도 뛸 수가 없었다

도망치려 해도 날 수가 없었다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게 사고방식이 삐뚤어졌다

 

그렇게 변했다

누굴 탓할 수가 없다

 

*한때는 꿈을 좇아 열심히 살았지만
한때는 꿈을 쫓아 열심히 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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