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배중진
작은 할아버지 댁의 참외는
너무나 샛노랗다
감히 접근 못함을 아는지
더욱 생글거리며 나를 놀린다
원두막은 우리들의 놀이터
티없이 맑은 미소를 지어도
눈은 참외로 가서 꽂혀 있다
혹시 알아 큰놈을 하나 맛 볼지
나는 항상 크고 노란 것만 골랐는데
그게 꿀맛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지
배꼽도 크고 약간은 물렁한 것이
아주 달다는 어른들의 말씀이지만
그땐 그런 것이 중요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런 시간이 다시 주어지면
참외 옆에서 마냥 냄새를 맡고 싶은 심정이다
그때의 친구도 참외를 생각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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