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새옹지마/배 중진

배중진 2020. 6. 25. 07:14

새옹지마/배 중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병원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우리

의사 선생님과도 약속했다가 취소시키길 수십 번

남이 가까운 곳에서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대면하고 대화 나누는 것을 꺼리니 서로 이해하는 편인데

 

난국이니 조용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건은 터져 나온다

 

연세 드신 분이 치과에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가지런한 치아를 자랑하게 되었는데

아뿔싸, 음식을 씹을 때 뭔가 걸린다 싶어

조용히 꺼내 살펴보니 최근에 봉한 것이 떨어져

흉하기까지 한데 치과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환자의 요구대로 진료할 수 없다고 한다

 

거울 앞에 입을 벌리면 흉악망측한 모습인데

천만다행인 것은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니 감쪽같다는 것이지

 

날도 뜨겁고 답답하여 벗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벗으면 치부가 드러나니 그럴 수도 없고

 

언젠가는 활짝 입을 벌리고 

치과의사의 치료를 받겠지만

모든 것이 해제되어 가능하다 하여도

깊은 곳, 마음에서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고

목숨을 좌지우지할 위중한 상황도 아니다

 

3/6/2018 사진
PHS flower show
Philadelphia,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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