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

운이 매우 좋은 날/배 중진

배중진 2020. 6. 4. 06:58

운이 매우 좋은 날/배 중진

 

비가 오는 날은 싫다

남들은 좋다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좋아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극성이다 보니

자주 갔던 도매 식료품상에

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어

매사 바쁠 것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예 질겁하며 

발걸음을 돌리길 수십 차례

 

다음날 다시 찾아갔더니

조롱이라도 하는 듯

더욱 길게 늘어섰기에

학을 떼며 아예 포기하길 또 몇 차례

그래도 먹고 마셔야 하니 어쩌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소나기가 퍼부으리라 생각지도 않았던 날

벼락이 머리 위에서 직 바로 떨어지던 날

기겁하여 물이 흥건히 쌓인 주차장에

털썩 주저앉을 뻔한 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등신이 하나도 없었다

 

쫄딱 비를 맞았어도 기분 좋아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때가 40일 전이었다

그동안 빙빙 돌기를 또 몇 번

야속하기만 했고

약삭빠른 사람들만 살 수 있는 세상이라

혀를 끌끌 찼는데

 

잃을 것이 없는 비 오는 오늘

행여나 하고 주차장에 들어서

빙 둘러보았더니

줄이 보이지 않아

재빨리 주차하고

뛰다시피 들어갔더니

정상적인 예전처럼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비 오는 날만 골라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믿기지가 않았다

운수 대통한 날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6/3/2019 Bronx Zoo

 

[조윤경]
'목구멍이 포도청'의 목구멍은 배고픔을 뜻하는데요. 배고픔이 극에 달으면 못할 게 없죠.
포도청에 잡혀가더라도 먹을 것을 훔쳐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겠다는
굶주린 백성의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던 겁니다.

 

[조윤경]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체면에 어긋나는 일이나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다는 속담입니다.
배고픔이 극에 달하면 포도청에 잡혀가 고초를 당하더라도 어떤 일이든 못할 게 없다는
말에서 유래됐습니다.

 

2020.06.04 23:02

어젯밤의 폭풍은 대단했습니다. 우리 지역은 때리지 않을 줄 알고 경계를 소홀히 했는데
먹구름이 갑자기 몰려들기 시작하고 벼락이 치더니 순식간에 창문을 무서운 속도로
두드리더군요. 창문을 닫고 빗물이 스며들지 않나 사방을 점검하였답니다.
그러면서도 빨리 멈추길 기원했는데 좀처럼 잠들지 않다가 거짓말같이
사라지더군요. 아침에 또다시 이곳저곳 살펴보고 창문을 열었더니
시원한 바람이 인사를 하고 맑은 날인데 아마도 습도가 올라갈
조짐을 보여 더운 하루를 예상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공사장의 거대한 크레인 두 대는 매일 움직이는데 건물은 올라오지 않아
답답함마저 드는데 언젠가는 제 모습을 쌓아 올리겠지요. 주위의 높은
나무를 무시하겠지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그래도 뭔가 보고 싶은
마음에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창밖을 보면 보이기에 푸념 섞은
말을 뱉어봅니다. 코비드가 창궐하는 속에서도 악전고투하는
그들이 건물같이 건강하고 튼튼하게 올라가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남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든지 자신과 관련지어 반응해서는 안 된다.
좋은 말씀입니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말이나 나쁜 말에 쉽게 달궈지는
현상을 목격하곤 하는데 고친다고 하여도 잘 안되더군요.
즐거운 6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별아2020.06.04 23:15 

안녕하세요? 글발견하고 바로 드립니다.
다행입니다.많이 놀랬지요? 피해는 없습니까?
위로 드립니다.식사잘챙겨드시구요.
고운밤 보내시길 바랍니다.그 마음 사랑합니다.
자연의 이치...별아 올림

 

감사합니다. 언제였더냐 식으로 조용하고
청량한 날씨인데 습도가 올라가 덥겠다는 예보이더군요. 즐거운 밤이 되시기 바랍니다.

 

백인 노인 한 분이 연세에도 불구하고 식료품을 사러 나오셨는데
크레딧카드가 말을 듣지 않으니 무척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도와주고 싶어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대신 지나가는 점원을 붙잡으려고 해도 멈추지 않았고 그 노인도
부르느 척 했는데 적극적이지 않아 오히려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점원이 왔는데도 정정하고 또 정정하고 결국은 해결이 되었는데
긴 줄에 잘못 섰다는 자책만 하였답니다. 영수증도 놓고 가는 바람에
제가 가서 건네주었는데 이름이 Jim임을 알고 불렀는데도 듣지 못하다가
나중에 돌아왔는데 아마도 다시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지요.
연세가 드셨어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전환하는 세태이지만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 어디 가서 봉변당할 일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내용에 감사드리며 즐거움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식료품을 사러 상점에 갔는데 없는 것이 없더군요.
그동안 사기 힘들었던 것들이 있어야 할 곳이 텅텅 빈 상태였기에
혀를 끌끌 차며 지나곤 했었는데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세상이
변했음을 실감했답니다. 누가 저런 것을 필요로 할까 생각도
하면서 그동안 사재기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또한
헤아려 보았답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 남이 하면
그냥 무조건적으로 따라 하는가 봅니다.

 

무조건
조건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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