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포도같은 사랑/배중진

배중진 2011. 2. 25. 02:18

포도같은 사랑/배중진


포도송이를, 사랑하는 동생들과 같이 먹을 때
나는 나의 몫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맛을 음미하고 천천히 껍질까지도 빨아 먹고 있으면
게걸스런 동생들의 손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물론 주위엔 껍질도 없고 씨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맛인지 그저 삼키고 있으니 말이다
송이가 알알이 맺힐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진대
그 이유를 무시하고 삼키고 있다

사랑의 씨가 들어 있는 달콤한 알맹이
그리움이 뚝뚝 흐르는 감칠맛
무심한 딱딱함의 자존심도 있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향수도 있다

동생의 지글거리며 아롱대는 눈빛이
나의 송이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할 수 없이 몇 알 건네준다
형이니까,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詩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배중진  (0) 2011.02.25
인생/배중진  (0) 2011.02.25
함박꽃/배중진  (0) 2011.02.25
봄날/배중진  (0) 2011.02.25
봄날 1/배중진  (0) 201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