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봄날/배중진

배중진 2011. 2. 25. 02:00

봄날/배중진

모처럼 밝고 조용한 봄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또 다른 하루를 엮어 나가고
동물도 식물도 나름대로의 삶을
지혜롭게 꾸미기 시작했다

집앞에 있는 꽃에서는 아침부터
분주한 벌을 보았고
그 옆에는 무소유의 죽은 새를 보았다
어찌하여 그대는 거기에 벌렁 누워 있는지

레스토랑에 있는 꽃들도 술내음을 내품고
새롭게 맑은 공기를 내쉬고 있었으며
붉은 빛은 점점 흰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맑은 정신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 많던 뉴욕 타임즈는 구석으로 몰렸고
스페니쉬 신문들이 진열대의 앞으로 나왔다
주 고객들이 오늘은 자리바꿈을 했으며
세탁소에는 벌써부터 밀렸던 빨래를 하느라 바쁘다

경적소리가 들려 교차로를 보니
명백히 한 남성이 빨간 불에도 질주를 하여
소리를 질러 경각심을 일깨우지만 그 녀석이
그런 작은 목소리에 움찔이나 할까

민들레는 벌써 두 번째로 피어 나왔다
제초제를 뿌렸는데도 피해서
자식들 멀리 흐트려 보내고
또 새롭게 삶을 창조하며 기적을 보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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