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9

잊힌 세월/배 중진

배중진 2019. 4. 4. 06:38

잊힌 세월/배 중진


전에는 미친 듯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시간이 빠져나가 미워하던 시절도 있었고


같이 있었던 시간이 꿈같고

지금은 지구 저편에 있어

모든 것이 아스라하다


자주 보던 얼굴이 희미해지고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며

마음이 안절부절못하여 안타까워도

생각만은 평소처럼 주책없이 막 달리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도 같이 있었는데

지금 하는 것이

보고 있는 것이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

자꾸 밑바닥에 깔린 추억을 밀어내고

진하고 밝은색으로 덧칠하고 있어 곧 잊게 생겼다


떨어진 시간이 얼마나 됐다고

망각의 동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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