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날/배중진
이제 생각하니 어린 것이
가을을 앓았던 거야
고연히 어지럽고 토하고
힘없이 혼자서 등교길을 역행하고
집으로 간신히 겨와서는
볏단이 쓰러지듯 건너방에 누웠고
상수리 나무 내리치는 떡메소리의 산울림과
닭장속에서 홰치는 소리에 아스라히 눈이 뜨였다
주위를 살펴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졸망졸망한 여동생과 남동생 뿐이다
그래도 오빠, 형이라고 말없이 따라 나선다
셋이서 산을
떡메를 끌고 메고 넘어
남들이 많다고 하는 상수리 나무 밑에서
우리는 몇개 주워와 도토리 굴리기를 하며 보냈던 기억이다
2011.03.08 03:06
시작은 거창했지만 어린 것들이 힘이 있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