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가을 아침/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2:59

가을 아침/배중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 밝아오고
나무 위에서 뭔가를 먹던 청설모는 인기척에 몸을 숨기고
수도 셀 수 없는 까마귀들은 바닷쪽으로
갈매기들은 육지쪽으로 날며 가을아침 하늘을 수놓고 있다

비행기도 힘차게 날아 오르고
그 자리를 작은 새들이 재빠르게 날라 어디론가 사라진다
가만히 하늘을 살피노라면 그렇게 분주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눈에 띄는 까마귀들이 있었다

날라가다가 도중에 앉아 버리는 까마귀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마도 너무 연로하여 힘들어 하고 있지는 않는지
또는 무척 어려 가고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는지
많은 수가 빠져 나간 마을엔 갑자기 정적이 감돌고

도대체 그들은 왜 먼 창공을 펄럭이며 힘들게 날라가는지
그곳엔 뭐가 있길래 먼동이 트기도 전에 가야하는지
전쟁이 일어났는지, 잔치가 벌어졌는지
이 조그마한 머리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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