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참고 견디거라/배 중진

배중진 2018. 8. 8. 12:24

참고 견디거라/배 중진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미국으로 온 아이

한글도 잘 모르고 숫자 쓰기도 어려워하는 철부지

한국에서 1학년을 위한 산수문제지를 배송받아

영어 공부하는 틈틈이 풀어나가는데


잘 모르면 한숨만 푹푹 쉬며

어찌할 줄을 몰라 씩씩거리고

훌쩍거리기 까지 한다


그나마 부모가 한 시간씩 

엄격하게 통제하길 망정이지


저 어린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중으로 가혹하게 다그치는지


조금만 참고 이겨내거라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는 나이이니

불원간 잘 들리고

어려운 문제도 혼자 척척 풀 수 있지 않겠는지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에 온 사람들은

평생을 영어와 씨름하여도

어디 가서 입 한번 뻥끗 시원하게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이란다


걱정하지 말지어다

신경 쓰이는 것은 너의 부모란다


언제까지 

아이들 앞세우고 졸졸 따라다녀야 할는지 

'詩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갈래 길/배 중진  (0) 2018.08.14
손이 닮은 이모/배 중진  (0) 2018.08.11
웅덩이/배 중진  (0) 2018.08.08
해바라기/배 중진  (0) 2018.08.07
사면초가/배 중진  (0)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