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사면초가/배 중진

배중진 2018. 8. 6. 07:57

사면초가/배 중진


운이 없으면

비행기 사고

열차 사고

자동차 사고

그리고 여러 가지 사고에 연루되어 

비명횡사하여 슬픔만 남기게 되지


인간이 이럴진대

동물 또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으랴


넓고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뛰놀며 살아가는 임팔라가

손바닥만 한 작은 섬에 우두커니 서 있고

주위엔 하마며 악어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한 치 앞도 못 보고

그곳에 뭔가 있기에 뛰어들었겠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기가 막힌 상태임을 알아차려


이 궁리 저 궁리해 봤자

뾰족한 수는 없고

뭍 쪽으로 닿는 가장 짧은 곳으로부터 악어가 엉금엉금 기어오니

죽기 살기로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 나아가나

긴꼬리의 악어에게 금방 따라잡혀

벌린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는 순간

곁에 있던 하마가 악어를 덮쳐 위기를 모면하는가 싶었는데

악어는 보이지 않고 임팔라도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물방울만 뽀글거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지혜를 짜내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목숨을 도모하여야 한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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