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시계/배 중진

배중진 2018. 8. 6. 07:34

시계/배 중진


바쁜 하루를 달리며
분초로 쪼개지는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
하루에도 몇 번씩 살펴보는 시간


소유형 시계는
아름답고 웅장하며
종 치는 소리마저도 가슴 떨리게 하지만
몸집만큼이나 거들먹거려
항상 느그적거리고
성깔도 있어
배고프면
쉬어가거나
아예 눕기조차 하니
눈치 보아가며
살살 구슬려야 그나마 가는 체하나
오랜 시간이 흘러도 싫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서 있다


반면
존재형 시계는
매우 작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보여주는 것이 아닌
창조적이고 능동적이며
이타적으로 책임완수를 깔끔하게 한다
알게 모르게
진정한 사랑을 나눠주기에
매우 헌신적이며
예민하기도 하고
살아있듯 주인과 생사고락을 같이한다


집에 들어오면
소유형 시계가 존재를 알리려
똑딱거리지만
이내 무의식의 세계로 사라지고


존재형 시계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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