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

쥐새끼/배 중진

배중진 2018. 7. 20. 02:58

쥐새끼/배 중진


은퇴한 사람에게

시간이 있느냐고 물으면

개뿔도 없지만

오로지 가진 것은 시간뿐이라고 하며

항상 여유를 가지면서 능청을 떨었기에


인파가 북적대는 곳보다는

청정자연에 휩싸여

그동안 때 묻은 마음마저 씻어주는 곳을 향하여

느긋하게 달리면서

지옥 같은 맨해튼 근처의 교통 소식을 들으며

왜들 그렇게 사는지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뒤에서 작은 차가 보이지도 않다가

갑자기 좁아진 산허리를 껴안고

조심스레 천천히 달리는 차의

코빼기를 스치듯이 앞질러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저런, 저런 

망할 놈의 자식들!

서로 엉켜 지옥으로 떨어지면 어쩌려고

저 발광을 하는지


벌렁거리는 가슴을 쓰다듬고

손가락으로 작은 차를 튕겨 

낭떠러지 밑의 황천길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으면서

대범하게 너털웃음을 지어본다


바쁜 일이 있는 모양이지?

요즘 젊은 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

서로 악연으로 만나지 않은 것만 해도 운수대통한 것이지, 뭘.

하고 떨쳐 잊기로 한, 순간!


고양이 같이 소리도 나지 않는 경찰차가

산 그림자로 보이지 않는 곳에 웅크리고 있었을 줄이야


뒤쪽에서 보니 

금세 바짝 따라붙었고

쥐새끼들이 탄 차를 향하여

사이렌을 울리며 빨간불, 파란불을 번쩍이니

겁먹었는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좁은 길옆으로 세우더라


이거 영화 한 편의 장면이 생각이 났고

우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민중의 지팡이!

악한 자의 종말이었고

아직도 분을 삭이는 이가 쾌재를 부르게 만들었으며

인과응보지, 뭐!

쥐뿔도 없는 것들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은 날이다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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