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한가위/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2:03

한가위/배중진


언제부터인가 이 집에서는
명절을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
손주들이 마냥 즐거워 뛰놀아도
할머니의 가슴은 보름달이었지

바쁜 일손 놀리다가도
어느 순간 꼼짝도 하시지 않는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할머니의 가슴을 무엇으로 채워드릴까

고추들이 대문 높게 매달려 있었고
달덩이 같이 넓적한 얼굴로
달덩이 같은 미소를 짓던 아이
어느새 성장하여 달이 되어 떠났지

보름달이 뜰때마다
잊지말고 어루만져 달라는 얘기만 남겨 놓고
그 아이는 멀고도 먼 곳으로 떠났고
그 둥그런 얼굴 본지도 벌써 몇해인가

이 추석때는 무얼하고 있을까
사람이 사는게 다 똑같다고 하는디
좋아하는 송편이나 챙겨 먹는지
저 달이 뜰때마다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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