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물새와 달/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1:59

물새와 달/배중진

남들은 지금 신나게 고향을 향하고 있으리라
기차를 타고, 자가용을 이용하고, 버스에 편승해서
달이 떠오르면 체증에도 불구하고 달같이 환한 여유가 생기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훈훈한 고향소식에 가슴은 들뜨겠지

무용담을 게거품 품어가며 자랑스레 풀어놓는 우리의 아들 딸들
일년에 딱 한 번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연어들이여
그곳엔 풍요로움만 있고 넉넉한 마음이구나
집집마다 왁자지껄 웃음꽃은 가을 밤에 만발하는 달맞이 꽃이어라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
사정이야 다 다르겠지만 그런 아픔도 이웃엔 존재하리라
밝은 가슴에도 그림자가 드리우 듯
고향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짓게 되니 보름달이 야속하여라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슬픔을 씻어내려다
물가에 우투커니 서있는 물새 한마리를 보았다네
그대의 고민은 대관절 무엇이길래
발목까지 철석이는 파도에 슬픔을 담근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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