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배중진
고향을 피치못할 가정사정으로
일찍 떠나간 친구가 있었다
늘 하는 말이 남들 고향으로 향할때
대우빌딩에서 서울역을 보며 각오를 했단다
언젠가 보란 듯이 금의환양 하리라
아픈 가슴 부둥켜 안고 그 말만 번복이며
달래주다가도 기둥을 잡고 서러워하며
사나이 굵은 눈물을 훔치곤 했다고
그런가 보다 한 귀로 흘려 보냈는데
지금 가고 싶어도 너무 멀어 가지 못하는 심정
그 친구의 말이 알알이 가슴에 꽂힌다
그러려니 포기한 부모님의 심정은 어떻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저 달이
이해를 돕기는 커녕 휑한 눈으로
딱한 사정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멋대로 둥둥 떠오르니 야속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