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배 중진
군대에서 만난
귀공자 유형의 사나이
말이 없고
그저 방긋 웃기만 하던 꽃다운 청년
어렵던 시절
같이 헤쳐나가며 의지했던 동료
그렇게 서로를 잘 지켜주다가
각자의 길로 열심히 갔기에
종적을 몰랐던 친구가
같은 미국 저편에서 살아 있음을 알려줄 줄이야
무척이나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지만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그저 기회 있을 때마다 하나씩 물어보게 되는데
뜬금없던 전우가
26년 만에 서울에 용무가 있어 한 달 동안 나가 있겠다고
뉴욕 시내까지 와 딸내미 집에서 문자가 왔다
생각 같아서는 단숨에 달려가 만나고 싶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지역이고 늦은 밤이라
벌렁거리는 가슴을 일단은 진정시키고
한국에서 돌아와 뉴욕을 거치게 되면
편안한 곳에서 만나 술 한잔을 나누기로 약속했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던 사람이
한때는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과 이혼까지 하고
어린 남매를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왔으니
그 고생이야 어떠한 말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리
교포들이 모여 사는 곳도 아닌 낯선 타국에서
직장 찾아 이곳저곳 헤매는 처절한 모습이 선했고
지금도 생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어
안타깝지만 무언가 뜻하는 바가 있으려니
진정으로 원컨대
이번 고국으로의 길이
금의환향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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