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눈/배 중진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 있어
달려가 도움을 주려고 친구의 눈과 마주친 순간
가슴 철렁한 느낌과 동시에
그 자리에 펄썩 주저앉아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된 눈알을 보았다
공포 영화에서 보았던 저 눈은
다정한 친구의 사랑스럽던 눈이 절대 아니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눈빛을 피하며
아픈지 물었고
보이는지 궁금했는데
보는 것에 무리가 없고
아프지도 않단다
간밤에 과연 무슨 일이 친구에게 벌어져
저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의사에게 저 참혹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중이 아니고 지금 당장
거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의사는
피식 웃으며
백내장 수술 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방법을 아주 쉽게 가르쳐 준다
Blood thinner 계통의 아스피린 등을 며칠 건너뛰고
안약을 하루에 두 번 정도 넣고 안정을 취하면
핏줄이 터져 보기 흉한 것이 차츰 사라지게 된단다
얼굴 마주칠 때마다 보이는 눈이
얼굴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작으나
눈을 보지 않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하루였으며
아름다운 눈이 공포의 눈으로 변하는 것이 저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그렇게 흉물스럽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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