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민둥산의 억새/배중진

배중진 2011. 3. 7. 14:34

민둥산의 억새/배중진


민숭민숭한 마음이 되어 가을을 잊으려 해도
그럴수록 날카롭게 도려내는 아픔을 부둥켜안고
찌뿌드드한 구름을 따라 덜컹덜컹 거리며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억센 억새가 있다는 민둥 가을 산을 찾아 나섰다

예상치 않았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남의 불행을 안타까워하였으며
올라가고 내려가고 꾸불꾸불 바윗길을 털털거리며 갈팡질팡한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고 밑에선 자꾸 밀어붙인다
바람이 강한 민둥산에 그들의 옷이 형형색색으로 구색을 갖추면서

꼬깃꼬깃한 산들이 멀리 보이고 뭉게뭉게 뭉게구름이 어우러져
꼿꼿하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안간힘을 쓰는 은빛과 황갈색의 억새
이삭을 내려놓으면 무겁지나 않을 텐데 근심과 걱정을 등에 지고
불행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를 강조하누나

아름답게 쭉쭉 뻗은 억새는 이삭마다 고통이 알알이 배겨 있지만
하나도 버리지 않고 시름을 앓고 있어 보는 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불행에 울고 힘들어하는 인간들에게 보여주려고
오늘도 험한 산에서 국화를 앞세워 그들을 유혹하고 있다

 

2013.12.10 02:48

아름답게 쭉쭉 뻗은 억새는 이삭마다 고통이 알알이 배겨 있지만
하나도 버리지 않고 시름을 앓고 있어 보는 이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2013.12.10 02:50

안쓰럽기도 해도
안쓰러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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