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아저씨/배 중진
할아버지 형제는 아마도 4남 3녀가 아닐까
세 분의 작은할아버지들께서는 다 같은 마을에
그것도 옆집의 관계와 위, 아래로 나뉘어
두 그룹으로 떨어져 사시며 자자손손이 번성한 데
아저씨들이 줄잡아 열다섯 분에
5살 정도 어린 고모까지 세면
글쎄, 손가락으론 파악되지 않고 있네요
시집들 가고 장가들고 했으니 어수선해서
만만한 게 막내였겠죠
막내 아저씨는 조카들보다도 어렸으니
맞지 않고 컸으면 다행일 듯합니다
많은 설움이 자연히 자랐으리라
때가 되면 찾아 들어와 식사하고
숟가락 놓자마자 귀신같이 사라지고
밤에 들어와 자는지 마는지
아침상에 붙어 밥을 먹는지도 모르는 관계
작은할머니, 아주머니들은
몰래 아저씨라고 부르셨다
잠도 많아 어느 방에 이불 뒤집어쓰고
자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부르셨는데
글쎄 이 몰래 아저씨가
국군장병께 보낸 위문편지를
몰래 받으셔 깜짝 놀라게 답장을 하셨지 뭐야
알게 모르게 사는 방법을 일찍 터득하셨던 거지
어느 순간 느끼니 가을은 살짝 다가와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놓고
아름다운 단풍으로 입을 쩍 벌어지게 하곤
몰래 아저씨같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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