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림자/배중진
나무도 더 이상 숨길 것이 없어
있는 그대로 진면목을 보여주고
그동안 무엇을 감추고 있었는지
빤히 보여주고 헤헤 거린다
새들의 집도 있었고
매미의 껍질도 보여주고
까마귀 싸고 난 것도 있었으며
나무 자신의 그림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들려오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간데온데 없고
날카로운 쇳소리가 점점 커가니
가지가 그 소리에 두려움으로 떨고
언제부터인가 달밤을 걸어도
지켜주며 옆에 바싹 붙어있던
나의 그림자가 소리도 없이
사라져 허무하다는 것이지
'詩 20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래 아저씨/배 중진 (0) | 2011.03.07 |
---|---|
진풍경/배중진 (0) | 2011.03.07 |
소년의 기다림/배중진 (0) | 2011.03.07 |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계절/배중진 (0) | 2011.03.07 |
일출/배중진 (0) | 2011.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