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

봄에 쏟은 눈/배 중진

배중진 2016. 4. 3. 23:30

봄에 쏟은 눈/배 중진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더라도

전쟁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간밤의 벼락과 천둥소리는 충분히 공포에 질리게 했으며

벼락 칠 때마다 몸을 숨겨도

번개는 방안의 모든 것을 꿰뚫듯 농락하며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하고

간담이 서늘하게 머리 위에서 내리치기도 하더니

 

그것으론 성이 차지 않는지

우박을 쏟아내면서 창문을 마구 두들기고

소나기를 줄기차게 퍼부어

잠 못 이루게 하는데

 

어찌나 정신이 없었던지

밖을 내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기에

얼마나 많은 나무가 몸부림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눈을 감아도

빛을 느낄 수 있었지만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몰랐으며

얼마 후 사나운 바람 소리에 눈이 뜨였고

세상이 자못 궁금해 내다봤더니

지붕과 자동차를 하얗게 덮었고

새싹들이 몸부림을 쳐도

얼어붙어 놓아주질 않았으며

나무 높이만큼 좌우로 흔들어 대니

겨우 얼음과 눈을 떨칠 수가 있었는데

 

못마땅한 세상에

불만이 얼마나 많았으면 종일 울부짖을까

 

 

 

 

 

 

 

 

 

 

 

 

 

 

 

 

 

 

 

 

 

joolychoi님 댓글

"작은 우연"
작은 우연이 일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인간은 유리알처럼 맑게, 성실하고
무관심하게 살기에는
슬픔, 약함, 그리움, 향수를 너무 많이
그의 영혼 속에 담고 있다
--전혜린의《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중에서--
우연처럼 시작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우연히 스친 그리움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하고
우연히 겪은 슬픔 하나가 삶의 눈을 뜨게 합니다
작은 우연이라 해서 가벼이 여길 수 없습니다
우연 안에는 우주적인 질서와 섭리가
존재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대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슬프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말 슬픈것은 꿈을 꿔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다.
-에센바흐-

 

봄의 향연에
꽃은 향기로
삶의 향내로
관계 향상하고
서로 향응하여
같이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향긋
향기
향내
향락
향로
향료
향리
향방
향불
향사
향상
향설
향수
향연
향우
향유
향응
향후

 

높지는 않아도 섬들이 올망졸망 널려 있는 배경이 좋습니다.
높지는 않아도 바위가 울퉁불퉁 깔려 있어 험한 듯하고
높지는 않아도 소나무 불쑥불쑥 솟아 있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싶었답니다.

 

다랑논
다랑이
다랑전
다랭이

 

무말랭이
말랭이
감 말랭이

 

무지렁이
무지랭이

 

4/3/2016
4/4/2016 눈이 내렸음.

 

4/5/2016 아침 영하 6도, 체감 온도 영하 14도.

 

yellowday2016.04.06 05:03 

뉴욕의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하군요(~)
기후도 분노조절장애에 걸린듯 합니다.
세찬 바람이 불었다 때아닌 눈이 내렸다
지구곳곳에 홍수를 쏟아 붓기도 하고(~)(~)(~) 화가 치밀대로 치민 모양입니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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